Special Report 국가안보 강화를 위한 해사산업 정책 변화의 필요성(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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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8회 작성일 26-01-07 20:43본문
국가안보 강화를 위한 해사산업 정책 변화의 필요성(上)
-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Ⅰ. 해사산업과 국가안보
1. 안보관점에서의 해사산업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성
최근 미국에서는 자국 조선산업의 붕괴가 안보위협으로 여겨지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고 우리나라에 조선업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냉전체제 약화와 소련의 붕괴로 미국 정부가 해군 함정의 규모 축소를 결정하면서 자국 건조 선박에 대한 보조금을 대부분 폐지해 조선산업이 점차 축소되고, 사실상 기반 붕괴로 이어지게 되었다.
반면, 중국은 2000년대에 대규모 조선 설비에 투자를 기반으로 2010년대에 막대한 규모의 함정과 상선을 건조해 해군 함정수에서 미국을 능가하였을 뿐 아니라, 미국의 6배 이상의 상선대를 보유하면서 해상력에서 미국을 압도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자국 조선산업의 붕괴와 해군 함정 및 내항 선박의 자국 건조 의무 규정으로 어떠한 조처도 할 수 없어 남중국해와 대만해역에서 진행 중인 중국과 마찰은 국가 안보문제로까지 비화되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에 대응해 자국 조선 능력 회복을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중국을 제외한 최대의 조선 능력을 보유한 동맹국인 우리나라에 조선업 대미 투자를 포함한 협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이에 호응했다.
미국의 사례는 해사산업이 국가안보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안보관점에서의 해사산업에 대한 인식과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상을 통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세계대전을 겪은 유럽과 일본 등 주요 해사산업국은 이미 역사를 통해 해사산업이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을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후발 해사산업 강국인 우리나라는 전통적 해사강국들과 다른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이들 산업이 상업적 성격으로만 인식되어 왔고, 이 때문에 위기 때마다 산업규모가 축소되고 경쟁력이 저하되는 문제를 겪었다.
미국의 사례를 교훈 삼아 우리나라 해사산업 정책에 대한 안보관점에서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
2. 해사산업의 국가안보적 역할
국가가 비상시 상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해지며, 국가의 위기극복에 결정적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상선은 국제교역 물량의 90% 이상을 운송하는 가장 중요한 글로벌 물류의 수단으로서, 평시에는 해상운송 서비스를 통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만, 비상상황에서의 역할은 국가적으로 또 다른 중요성이 있다.
비상상황은 자국의 전시와 같은 극한 상황일 수도 있으며, 그러한 심각성에는 미치지 못하나 인근 국가 간 전쟁이나 분쟁, 공급망 교란 등의 상황 역시 포함될 수 있다.
비상상황에서 상선은 위험 속에서 국가가 필요로 하는 필수물자를 해외로부터 조달하고, 전시에는 아군에 무기와 탄약, 식량, 연료 등을 보급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한 국가의 생존이나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일례로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과 독일군의 치열한 해전으로 많은 선박이 파손되고 양측 모두 넓게 펼쳐진 전선에 대한 보급전에 어려움을 겪는 중 균형을 깬 것은 미 본토의 조선소에서 대량으로 건조한 리버티 등 표준화물선이었다.
미국이 1941년 이후 5년간 대량 건조해 투입한 3,200여 척의 리버티, 빅토리 등 2종의 표준 화물선은 연합군 보급작전을 물량전으로 수행하며 세계대전 승리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가 비상시 자국 전략자산 선박이 아닌 타국의 선박은 활용이 어려우므로 국가는 이를 충분히 확보하고 위기에 대한 대응 계획을 수립할 의무가 있다.
전쟁이나 인근 지역 분쟁 발생시 상선이 접근하는 해상 교통로가 위험해역으로 지정될 경우, 국제 상선의 접근이 차단될 수 있으므로 해당 국가는 에너지나 식량 등 생존에 필수적인 필요물자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여러 나라가 자국 선박에 대해 위험해역으로의 접근 금지를 국내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ILO에서는 선원 안전에 대한 의무를 규정해 실질적으로 선원이 위험해역으로의 항해를 거부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으며, 선사의 노사합의 사항으로 규정된 경우도 있다.
또한, 보험사의 약관으로 위험해역에서의 위험 인수를 거절하거나 선박에 대한 금융채권을 가진 금융기관이 접근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어 위험 해역에 위치한 국가가 자국 물자조달을 위해 국제 상선을 활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선박의 안보적 기능을 인식하고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충분한 국적선대를 전략자산으로서 확보해야 하며 부족시에 대한 대응책을 확립할 의무가 있다.
해운 및 조선산업 등 해사산업은 안보산업으로서의 역할을 하므로 이들 산업을 유지, 발전시키는 것은 국가의 전략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국가가 언제 닥칠지 모를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선박을 구입해 유지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며 재정적인 낭비이다.
국적 해운사를 육성해 평시에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민간 선박 투자를 유도하고 국가 비상시 자국 선사와 협력해 물자를 조달하는 것이 재정적 부담이 적은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며,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자국 선사를 적극적으로 육성, 지원하고 있다.
또한, 국가가 조선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비상시 빠른 시간 내에 필요 선박을 조달할 수 있어 조선업 역시 큰 안보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국가가 많은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면 비상사태 발생 시 건조중인 선박을 우선 징발해 활용하고 선박의 실선주에게 사후 보상하는 선택지를 가질 수도 있다.
또한,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표준도면으로 많은 표준화물선을 단기간에 건조해 비상시에 조달할 수도 있다.
이처럼 조선업과 해운업은 상업적 가치를 능가하는 안보적 가치가 있는 매우 중요한 산업임을 인식하여 이에 기반한 정책기조를 확립하고 유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원 부족으로 에너지와 원자재, 심지어 식량까지 해외에서 조달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며,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갈등이 심각한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불안정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어 이들 산업을 유지, 발전시키는 일은 안보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Ⅱ. 주요국의 해사산업 인식과 정책
1. 미국
미국은 2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친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안보산업으로서의 해사산업에 대한 인식이 확립되었으며, 관련 법령에도 명시되었다.
미국의 조선업은 20세기 초 전후로 증기기관추진 철선을 발전시킨 영국에 경쟁력이 크게 뒤처졌으나, 자국의 광대한 국토를 기반으로 연안과 강, 호수 등의 내항 수상물류에 필요한 선박을 해외 조선업으로부터 보호하며 내수요 중심으로 조선·해운업을 유지했다.
그러던 중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자국에 물자를 조달하던 유럽 선박들이 징발되어 해외 물자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이후 자국이 전쟁에 참전하면서 선박이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는 인식이 확립되었다.
이로 인해 전쟁 직후인 1920년, Jones Act라고 불리는 "Merchant Marine Act of 1920"이 제정되어 연안해운과 내수요를 기반으로 자국 해운 및 조선산업에 대한 보호조치가 강화되었으며, 10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동법에 의하면 내항 해운이나 수상물류에 종사하는 선박은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되어야 하며 미국인이 운영하는 회사가 운항하고 미국인 선원이 탑승해야 한다.
Merchant Marine Act of 1920(Jones Act) 법안의 목적 부분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하여 동 법안이 상업적 무역뿐 아니라 비상시 국가 방위를 위한 준군사적 용도의 활용을 위해 일정 기준의 선박을 보유해야 함을 밝히고 있다.
"미국은 국가 방위와 대외 및 국내 무역의 적절한 성장을 위해 무역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전시 또는 국가 비상시 해군 또는 군사 보조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가장 잘 갖춰지고, 가장 적합한 유형의 선박으로 구성된 상선을 보유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미국 시민이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운영해야 함"
최근의 법령인 '25년 4월 9일의 대통령 행정명령 "Restoring America's Maritime Dominance"에서도 제1조 목적에 조선과 해운 역량의 약화가 심각한 국가안보의 문제로 이어졌음을 명시했다.
이처럼 확고한 안보 인식에도 불구하고 냉전의 약화를 계기로 조선, 해운업을 유지하지 않은 정책 실패가 최근 안보문제로까지 비화되었다.
1980년대 후반 소련체제의 붕괴로 냉전이 종식되자 미 해군의 군함 수를 감축하고 조선업계에 지급되던 보조금을 폐지해 조선소의 일감이 감소했으며, 규모의 경제가 무너지고 기자재산업의 몰락과 인력의 이탈을 유발하면서 조선산업이 붕괴되었다.
2000년대 이후 빠른 경제개발을 통해 G2로 부상한 중국은 세계 최대의 조선산업국으로서 함정과 자국 상선을 빠른 속도로 건조해 함정 보유 규모가 미국을 능가했고, 상선보유 규모는 미국의 6배에 이르렀다.
미국은 이러한 상황을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만회하기 위한 정책을 서두르고 있으나, 자국 건조 규제에 묶여 해외로부터 필요 선박을 구매하기 어려운 사정상 해결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 유럽
유럽은 16세기 이후 해상으로의 진출을 통해 번성하면서 해양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으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안보산업으로서 해사산업의 가치도 인식하고 있다.
유럽은 15세기 말 스페인의 미주대륙 상륙과 포르투갈의 인도 항해 성공을 계기로 16세기 이후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의 교역과 식민지 침탈을 통해 대륙이 번성하고, 세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해사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여기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해사산업의 안보적 역할도 깊이 인지하게 되었으며, 해사산업 유지를 위해 지금까지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의 해양안보전략을 명시한 EUMSS에서도 해운과 조선업의 중요성을 직간접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해양안보의 개념에 군사적·물리적 위협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경제와 해양환경의 보존을 통한 지속가능성까지 포함하고 있는데, EUMSS(EU Maritime Security Strategy)는 이러한 포괄적인 안보전략을 담고 있다.
동 전략은 2014년 Europe Council에서 채택해 회원국의 조율을 거쳐 2023년 최종 개정되었다.
전략에는 80% 이상의 교역, 2/3의 석유가스 공급 및 운송, 99%의 데이터가 전달되는 해양에 EU 경제가 크게 의존하고 있어 세계 해양의 안전을 확보하여야 한다고 명시해 해양안보의 의지를 확고하게 나타냈다.
해양안보 위험에 직면하여 EU의 궁극적인 이해관계에는 직접적인 군사적 문제와 보안 외에도 다음의 경제적 측면의 해사관련 이슈들이 포함되었다.
‑ 자유롭고 개방된 해운 항로의 유지
‑ 기후변화 충격의 관리와 해양환경 보호
‑ 기후변화 관련 위험과 외국인 직접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 및 위협에 대응하는 것을 포함해 중요 해양 인프라(육상 및 해상)의 복원력과 보호 보장
‑ 해상 경제활동의 보호 등
이러한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대응 중 역량강화(Enhance capabilities) 부분에서는 민간 부문의 R&D 지원을 통한 기술과 능력 확보를 중요한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EUMSS의 내용은 해운, 조선업 등 해사산업에 대한 육성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해상 경제활동의 보호, 외국인 직접투자에 의한 위험성, 민간분야의 R&D 지원 등을 명시하고 있어 EU 또는 회원국 차원의 해양안보를 위한 해사산업 지원과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유럽은 조선산업이 아시아 국가들의 경쟁력에 밀려 불가피하게 위축됐으나, 여전히 유지 또는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유럽 조선산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파괴된 설비를 재투자해 중부유럽과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기도 했으나, 1950년대 후반 용접공법으로 생산혁신을 이룬 일본에 밀려나고 1990년대에는 후발국 한국에까지 뒤처지며 몰락의 위기에 몰렸다.
유럽은 2000년대 초반 한국수출입은행 등을 RG를 통한 부당지원행위로 WTO에 제소하고 이를 빌미로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조선산업을 지키려 노력했으나, WTO에서 패소하고 보조금을 문제 삼은 한국의 역제소까지 패하면서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세간에 알려진 바와 같이 인건비가 높아진 유럽이 조선산업 주도권을 자연스럽게 일본으로 넘겨주었다는 점은 사실과 다르다.
그러나 여전히 유럽은 크루즈선을 중심으로 대형조선업을 유지하고 있고, 특수선과 중소형 화물선도 건조하여 5% 내외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조선사들에 경쟁력에서 밀려나 산업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유럽은 조선업의 발전과 반격을 모색하고 있으며, '25년 5월 유럽산업노조 연합 industriAll Europe은 유럽연합에 조선업의 새로운 발전 전략을 요구하기도 했다.
IndustriAll Europe은 EU의 산업정책에 있어 조선업을 전략분야로 인식하고 투자계획 수립 등을 요구했으며, 이는 유럽의 해양전략에 자주성을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주장은 궁극적으로 양질의 일자리 확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을 것이나, 이러한 주장은 미국의 조선업 재건 노력과도 관련이 있으며 노조의 주장 역시 조선업이 더 이상 상업적 목적이 아닌 국가의 해사전략적 산업이라는 인식이 바탕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에서는 2015년 국가해양기술종합계획(National Master Plan for Marine Technology)을 수립하고 조선산업을 새롭게 육성하는 전략을 독일 총리의 감독하에 실행했다.
동 계획은 독일 조선업계가 강점을 가진 크루즈선, 메가요트, 페리, 기타 특수선 등을 더욱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해상풍력설치선 등 새로운 수요에 대응해 기자재산업을 포함한 조선산업의 규모와 경쟁력을 더욱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한국과 중국 등 상선시장을 장악한 아시아 조선사들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기술집약 고부가가치선박에 집중한다는 전략으로, R&D와 조선소의 특화 및 전문화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향후 개조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수리조선소의 건설 등도 포함되었다.
크루즈선을 제외한 유럽 조선산업이 거의 몰락하였다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과는 달리 유럽에서는 여전히 조선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산업을 다시 양성할 기회를 찾고 있다.
또한, 유럽 내에서는 조선업 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스마트야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생산자동화를 동반한 연구들의 결과가 좋을 경우 고인건비로 경쟁력이 후퇴한 조선산업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지되었다.
조선업과 달리 해운업은 유럽국가들이 여전히 주도권을 가지고 있으며 해상 탈탄소화 국면에서 많은 지원을 실행하고 있다.
크게 위축된 조선산업과 달리 유럽의 해운산업은 아시아 해운업계의 강력한 도전에도 유수의 대형선사들을 포함해 규모와 물류 네트워크 등 주요 핵심 요소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해운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해상탈탄소화 분야에서 EU 자체 규제를 시행하고 국제기구의 가장 야심찬 목표와 규제를 요구하면서 논의를 주도할 뿐 아니라,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에도 가장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액체수소연료전지추진선 등 아직 아시아 지역에서는 시도하지 못하는 연구개발에 EU차원의 지원을 통해 과감한 실선 투자를 실행하는 등 가장 앞선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
해상 탈탄소화와 선박 투자를 위한 지원 역시 EU차원의 지원제도, 인근 국가 간 협력 지원 프로그램, 각국 정부의 지원금 등 다양한 기금을 통한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유럽 내에서 이루어지는 혁신을 위한 연구는 EU의 Horizon Europe 기금에서 주로 지원되고, 그 외에도 녹색전환을 위한 각종 기금에서 선박도 지원하고 있으므로 친환경 선박의 연구, 건조, 개조 등에 다양한 EU 기금을 활용할 수 있다.
The Nordic Council & the Nordic Council of Ministers는 덴마크 등 발틱해 인근 6개국 정부간 협력 포럼인데, 여기에서도 기금을 조성해 해사분야 역시 정부간 협력 정책 이슈에 따라 지원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금은 EU 인근 회원국 간 협력 지원의 한 사례이다.
또한, 각국 정부 역시 자국 해운업의 주도권 경쟁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으며, 신조선 도입 등에 보조금, 장기 저리 금융 등을 선사에게 지원하고 있다.
유럽은 기후변화 방지에 대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열의를 가지고 있어 이러한 지원이 환경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도 보이나, 유럽의 선박에 대한 지원은 해운시장에서 주도권을 다시 강화할 기회로 인식하는 경향도 강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1> EU의 녹색전환 지원 기금(좌)과 덴마크의 해운탈탄소 관련 지원 기금(우)
출처. 좌) European Commission, 우) Danish Ferry Association & Danish Shipping
3. 일본
일본은 뒤늦게 제국주의 대열에 합류해 전쟁을 치르고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이미 오래전에 해양과 안보에 대한 개념을 확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제국주의 대열에 합류하면서 해양력에 대한 중요성을 간파하고, 네덜란드 등의 도움을 받아 19세기 중반에 해군을 현대적으로 개편한 바 있다.
조선(한국)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청나라와 러시아 함대를 격파하는 등 섬나라 일본이 대륙으로 진출하는 데 있어 해군이 절대적인 역할을 하면서 자국 군함을 공급하는 조선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식민지 건설과 통치에 있어서도 자국 선사의 물자조달 능력은 절대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에 따라 해운업의 발달이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후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 미드웨이 해전에서 패하여 물자조달을 위해 동남아를 침공한 원정부대와 본국과의 연결로가 차단당하면서 일본은 전쟁 내내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끝내 패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전쟁을 통해 해외 물자조달의 실패가 가져오는 고통과 두려움을 경험했고, 이를 안보의 심각한 문제로 인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사산업에 대한 안보적 인식은 일본의 공식 문건에서도 드러나고 있으며, 이는 해운 및 조선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정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2023년 5월에 작성된 국토교통성의 한 문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 외항해운은 에너지, 광물, 식량을 포함한 일본 무역량의 99.5%를 담당
‑ 조선 및 박용(조선기자재) 산업은 일본의 방위, 해상보안유지, 해양자원탐사 등 국가 공무 수행에 선박을 공급함
‑ 이들 해운 및 조선산업은 국민의 생존, 생활, 경제활동을 떠받치고 있으며 고성능, 고품질의 선박과 박용기기를 생산할 수 있는 체제의 유지는 일본의 방위, 해상보안체제의 유지에도 공헌함
일본 조선산업은 한국과 중국 대비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큰 폭으로 축소되고 생존 위기에 직면해 있으나, 일본 정부는 규모가 큰 자국 내·외항해운의 자체 수요를 기반으로 조선 능력을 유지하도록 지원하고 해운업 역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은 2021년 해사산업강화법을 공포해 자국 조선소와 선사 간의 친환경 선박 건조 거래시 조선소와 선사 양쪽 모두에 장기저리 금융과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직접적인 재무적 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3년 발표된 "탈탄소 성장형 경제구조 이행추진전략"(GX 전략)에서 향후 국적선사들의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선박 전환 비용을 2.9조엔(약 30조원)으로 추정하고 비용 조달을 위해 정부채권 발행, 금융공기업 관련법 개정, 민간투자 활성화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그 외에도 집권 여당은 국영조선소를 설립하는 안을 제안해 민간이 투자를 꺼리는 조선산업의 활성화를 꾀하고 연구비 지원 등 다양한 직간접 지원을 통해 일본 해사산업의 유지, 발전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4. 중국
중국은 해양력의 약화로 서구열강과 일본에 의한 국난을 겪은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해양강국 건설을 지향하고 있다.
중국은 15세기초 서쪽으로 항해하면서 해양력을 확대한 정화의 원정으로 동남아와 중동을 거쳐 동아프리카까지 영향력을 미치며 해양강국으로 등장한 바 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해상에서 철수한 바 있다.
이후 중국이 철수한 해상을 통해 같은 세기말 포르투갈이 인도 항해에 성공하면서 아시아에 대한 침탈이 시작되었고, 스페인 세력도 미주대륙에 상륙해 본격적인 유럽에 의한 침탈이 이어졌다.
이후 서구 열강에 의해 중국 역시 침탈당하게 되었고, 1860년 아편전쟁과 1895년 청일전쟁까지 잇따라 패하며 국토의 일부가 외세에 의해 지배당하는 큰 국난을 겪었다.
이러한 국난에 대해 청나라말 개혁사상가인 량치차오(梁启超)는 청나라가 해양력을 약화시킨 것이 중요한 원인임을 지적해 해군력의 강화를 주장한 바 있으며, 이러한 중국 내 인식은 시진핑 정부의 정책으로 이어졌다.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2010년대에 중국은 미국을 압도하는 수준의 해군 함정을 건조하면서 2020년대 들어 함정보유량에서 미국을 능가하고 차이를 벌려 나가고 있으며, 2015년 일대일로 정책의 공식 발표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선의 신조선에 투자하고 있다.
상선 지배선대 규모에 있어 중국은 2010년에 일본의 56% 수준으로 세계 3위에 불과했으나, 2024년 기준 일본의 128%를 보유하며 세계 2로 부상했고, 현재의 투자 속도를 고려하면 세계 1위 그리스를 능가하는 것도 오래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2024년 기준 중국의 해군 함정 보유는 370척으로 미국의 297척의 미국을 크게 능가했으며, 상선보유 톤수는 3억 987만톤으로 미국의 615%에 이르고 있다.
또한,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의 발표 시점인 2015년 국방백서에 해군전략을 기존 '근해방어'에서 '근해방어'와 '원해호위'로 변경하여 일대일로 정책이 단순한 물류정책이 아닌 안보와 패권경쟁의 수단임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시진핑 정부는 일대일로 정책을 전후해 국가주석 연설이나 양회를 통해 해양굴기(海洋崛起)를 자주 역설했으며, 이러한 기조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해양굴기 정책의 실현을 위해 강력한 조선 및 해운산업은 필수적이며, 실제로 정부의 막대한 지원 속에 해사산업의 규모와 경쟁력이 크게 강화되었다.
2010년대 중국의 대규모 함정 건조는 2000년대에 대규모 조선설비투자를 마무리함으로써 가능했으며, 세계 최대의 조선능력은 미국과의 해상력 격차를 벌려 나가는데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다.
중국정부는 2013년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시작해 2015년 마무리했는데, 구조조정의 목적은 생산설비의 축소보다 정부가 집중지원 할 경쟁력 있는 조선소의 선별이었으며, 그 결과 70여 개 조선소가 화이트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구조조정 마무리와 일대일로 정책의 공식화 시기인 2015년 중국은 제조업 진흥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하고, 조선산업을 대상 10대 산업에 포함시켜 지난 10년간 막대한 예산을 지원함으로써 2024년 세계 조선시장 수주점유율을 70%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해운업 역시 신조선 도입 지원, 규모 확대, 저가 공세 등을 통해 점유율을 확대해왔으며, 국영 COSCO의 북미 노선 점유율은 12%로 해당 노선 세계 1위를 점하기도 했다.
조선, 해운 등 해사산업은 해양굴기의 실현과 안보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국가 전략산업으로서의 지속적인 지원이 한국 조선, 해운업계가 고전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림2> 미중 군함 건조척수 비교(좌) 및 주요국의 신조선 투자액 추이(우)
출처. 미국 CSIS(좌) 및 Clarkson, "World Shipyard Monitor" 각 연호(우)
※ 다음 달에 계속됩니다.
